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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겨 속 숨은 비밀, 불치병 고친 ‘비타민’ 발견과 인류를 살린 영양소의 과학사(각기병, 구루병, 야채)

by 유박사(Edu.D.) 2025. 5. 16.

각기병과 백미밥의 연결고리

각기병** 이란 무엇인가? - 비타민 부족으로 생기는 질병

19세기 말, 동남아시아와 일본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다발성 신경염으로 고통받았습니다. 다리 근육이 위축되고, 걷기조차 힘들어지는 이 질환은 '각기병(Beriberi)'이라 불렸고, 당시엔 불치병으로 여겨졌습니다. 각기병은 주로 백미만을 주식으로 삼은 사람들에게서 발생했으며, 이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비타민 B1 결핍으로 인한 질환이었습니다.

흰 쌀을 좋아하던 19세기 일본에서 각기병 만연

각기병은 현미나 잡곡을 먹는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고, 도정을 한 백미(흰쌀밥)를 먹은 사람에게서 발생하였으며, 밥맛을 유독 따지는 19세기 흰쌀밥을 즐겨 먹는 일본인에게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각기병이 결핵과 함께 무서운 2개 국민병으로 연간 2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1884년 일본 해군 군의관(다카기)는 장기 항해에서 45%가 각기병(7%는 사망)에 걸려, 수병들에게 흰쌀밥 대신 빵과 고기류와 같은 서양식 식사를 제공하고 287일간 항해 실험 결과 각기병에 걸린 사람은 불과 4%밖에 안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빵과 고기에 포함된 비타민의 영향이었습이 밝혀졌습니다. 

불치병 고친 ‘비타민’ 발견
불치병 고친 ‘비타민’ 발견

에이크만의 인도네시아 실험

1897년, 네덜란드 의사 크리스티안 에이크만(Christiaan Eijkman)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군인들에게 백미만을 먹이던 중 다수의 군인이 각기병에 걸리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러나 쌀겨가 남아 있는 현미를 먹은 닭들은 병에 걸리지 않았고, 백미만 먹은 닭은 각기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그는 각기병의 원인이 쌀의 도정 과정에서 제거된 어떤 ‘영양소’의 부족임을 처음으로 알아차렸습니다.

비타민 발견의 전환점

비타민이란 이름의 탄생

1911년, 폴란드 화학자 카시미르 푼크(Casimir Funk)는 에이크만의 연구를 이어받아, 쌀겨 속에서 각기병을 예방하는 화학 물질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는 이 물질이 아민(amine) 구조를 갖고 있으며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생명에 필수적인 아민(vital amine)’이라는 의미의 비타민(vitamine) 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합니다.

푼크는 나중에 니코틴산(비타민 B3), 티아민(비타민 B1), 리보플라빈(비타민 B2), 아스코르브산(비타민 C) 등 다양한 비타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며 현대 영양학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백미 식문화와 영양소 결핍

비타민 발견 전까지는 ‘음식의 양’이 건강을 좌우한다고 여겼으나, 이 발견은 ‘음식의 질’과 미량 영양소의 중요성을 깨닫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백미를 주식으로 한 동양권에서는 곡물 도정 과정에서 중요한 영양소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결국 이는 식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곡류 섭취 시 현미나 잡곡 섭취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 영양학에 끼친 영향

비타민 결핍이 만든 질병들

각기병(비타민 B1), 괴혈병(비타민 C), 구루병(비타민 D) 등은 모두 특정 영양소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결핍성 질환’입니다. 예를 들어, 오래 항해하던 선원들이 레몬이나 감귤을 먹지 못해 비타민 C 결핍으로 잇몸이 썩고 출혈이 생겼던 괴혈병(scurvy)은 레몬 섭취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선박에는 필수적으로 감귤류가 탑재되기 시작했습니다.

비타민의 현대적 활용

오늘날 비타민은 단순히 결핍을 예방하는 수준을 넘어 항산화, 면역 강화, 세포 재생, 노화 억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건강 유지와 치료 보조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 A는 시력 보호, 비타민 E는 노화 방지, 비타민 D는 면역력과 뼈 건강에 관여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타민 D, C, 아연 등 면역 관련 보조제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기능성 식품과 의약품에서도 비타민은 핵심 성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개인 맞춤형 영양소 처방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결론: 비타민 발견이 남긴 교훈

작은 영양소가 만든 큰 전환점

쌀겨에 숨어 있던 작은 성분 하나가 인류의 생명을 살리고, 영양학과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양보다 질”, “열량보다 성분”, “보이지 않지만 필수적인 존재”라는 인식은 이 비타민의 발견에서 시작된 혁명이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얻을 교훈

  1. 균형 잡힌 식사: 도정되지 않은 곡물, 채소, 과일, 견과류 등의 다양하고 천연적인 식품 섭취는 지금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2. 가공식품의 경계: 정제된 식품이 영양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각기병 사례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3. 지속적인 건강 관리: 비타민은 보충제가 아닌 식생활 속 습관으로부터 관리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은 단지 알약이 아니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과학의 결정체’입니다. 한 줌의 쌀겨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각기병(脚氣病, Beriberi)은 비타민 B1(티아민, Thiamine)이 심각하게 부족할 때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주로 탄수화물 대사에 필수적인 티아민이 결핍되면, 에너지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신경계심혈관계에 이상이 생기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각기병의 종류와 증상

1. 건성 각기병 (Dry Beriberi)

  • 신경계 이상이 주 증상입니다.
  • 주요 증상:
    • 팔, 다리의 저림, 감각 둔화
    • 근육 약화, 걷기 어려움
    • 반사 저하, 심한 경우 마비

2. 습성 각기병 (Wet Beriberi)

  • 심혈관계 이상이 중심 증상입니다.
  • 주요 증상:
    • 심장 확장, 심박수 증가
    • 다리 부종
    • 심부전 및 호흡곤란

3. 뇌각기병 (Wernicke-Korsakoff syndrome)

  • 주로 만성 알코올중독자에게 발생
  • 티아민 결핍으로 뇌에 영향 → 기억력 저하, 혼란, 눈동자 이상 등

원인

  • 주된 원인: 티아민 부족
  • 티아민은 정제되지 않은 곡물, 콩류, 돼지고기 등에 풍부
  • 주요 위험 요인:
    • 백미 위주의 식단(도정된 쌀)
    • 만성 알코올 중독
    • 장기간 영양 불균형 (예: 다이어트, 암 치료 등)
    • 장질환으로 흡수 장애

예방법

  • 티아민이 풍부한 식품 섭취
    • 현미, 콩, 돼지고기, 달걀, 통곡물, 시금치 등
  • 도정된 쌀(백미)만 장기간 섭취하지 않기
  • 알코올 과다 섭취 피하기
  • 필요시 영양제 보충

치료

  • 티아민 보충
    • 초기엔 정맥주사 혹은 경구투여
    •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나, 심한 경우 후유증 남을 수 있음
  • 식이 개선 및 근본 원인 치료 필요

마무리 요약

항목내용
질병명 각기병 (Beriberi)
원인 비타민 B1(티아민) 결핍
주요 증상 신경 마비, 근육 약화, 부종, 심부전 등
위험 요인 백미 식단, 알코올중독, 흡수장애 질환
예방법 통곡물·콩류·돼지고기 섭취, 영양균형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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