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보다 절실한 것은 ‘안전한 일터’
한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폭염. 하지만 모두가 같은 여름을 사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여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휴가의 계절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협받는 계절이다. 특히 건설 노동자, 택배 기사, 환경미화원처럼 실외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폭염은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재해다.
2023년 여름, 서울의 한 공사장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그가 일하던 공간에는 그늘막도, 냉방장치도 없었다. 이처럼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에도 노동자들은 쉼 없이 일해야 하고, 때로는 ‘더운 날은 수당이 붙는다’는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결국 기후 위기는 사회적 약자를 더 먼저, 더 가혹하게 덮친다.
“기후는 평등하지만, 피해는 불평등하다”
폭염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찾아오지만, 그 피해는 계급적으로 분화된다.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더위를 ‘불편’ 정도로 체감하지만, 땡볕에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죽음을 무릅쓴 생존’을 이어간다. 이 차이는 단지 직업의 특성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까지도 산업안전보건법상 ‘폭염’을 명시적 위험 요인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또한, 폭염 속 작업 중지 권한도 사실상 강제력이 없어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공사 현장이나 공공근로 현장에서는 ‘한 명 줄면 전체 작업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아픈 몸을 이끌고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기후 재난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거울이 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보다 싼 비용, 이대로 괜찮은가?
국내 최저임금은 매년 소폭 인상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삶의 질은 제자리다. 특히 외부 노동자들의 경우, 고온에 따른 추가 수당이나 안전 배려는 거의 없는 상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폭염 속 실외 작업자 10명 중 7명이 “중간 휴식 없이 일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단순한 근무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으로 쉼을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 작업 중지를 꺼리게 만드는 문화, 생계 때문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현실. 모두가 합쳐져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특정 계층에만 떠넘기고 있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 '기후 정의'가 필요한 사회
기후 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이자, 정의의 문제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땀을 흘리다 죽는 사회를 방치할 수는 없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기업은 비용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기후 위기라는 공통의 위협 앞에 서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누군가는 더 많이, 더 가혹하게 고통받고 있다. 그 불평등을 직시하고, 사회적 보호망을 강화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변화다.
당신의 여름은 어떤가? 그리고 누군가의 여름은 어떤가? 이제는 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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